주중에 비가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후에 달려간 벚꽃 명소는 바로 광덕사 부근입니다. 광덕사 입구에서 광덕사길로 가지 않고, 그대로 직진하면 해수길이 나옵니다. 가다 보면 광덕사로 오는 버스 종점이 나옵니다. 그 길 위로 계속 올라가면 계곡을 따라 펜션이 줄을 지어있습니다. 여름이면 발 담그고 백숙 먹기 딱 좋은 곳입니다. 청운교를 건너면서 벚꽃길이 시작됩니다. 잠시 갓길에 차를 세우고 벚꽃 감상에 빠졌습니다.
▲해수길 따라 벚꽃이 만개
일몰이 다가오면 지상과 가까워진 해는 눈이 아플 정도로 따갑습니다. 하지만 그 햇살이 벚꽃에 비치면 더욱 투명하게 만들어주어 꽃잎이 더 화사하게 보입니다. 찰나의 순간 사라지는 벚꽃처럼 일몰 또한 짧은 순간 불타오른 후 내일을 기약하며 사라집니다.
▲일몰을 머금은 벚꽃
광덕 1리를 지나 태화교를 건너면 벚꽃길이 끝납니다. 이 길을 쭉 따라가면 공주시로 이어지는데, 늦은 오후라 산길을 따라 가지는 못하고 올라왔던 길을 되짚어 내려갑니다. 광덕산이 꽤 큰 산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다시 내려오면서 보는 풍경은 또 달라 보입니다. 오후가 깊어지면서 빠르게 지는 해에 따라 풍경도 다르게 보입니다.
잠시 걷기 위해 광덕사에 들렸습니다. 광덕사 입구에 차를 대고 걸어서 올라가야 합니다. 광덕사 입구는 벌써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를 마쳤습니다. 알록달록한 연등이 생기있게 느껴집니다. 일주문을 통과해서 광덕사로 올라가 봅니다.
▲광덕사 일주문
광덕사와 안양암으로 갈라지는 길에서 벚꽃이 핀 길을 따라 올라가 봅니다. 산 아래는 벚꽃이 지고 있는데, 이곳은 한창 피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키가 큰 벚나무에 새롭게 뻗은 벚나무 가지에도 화사한 벚꽃이 작은 아기 손처럼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맞은편 안양암에도 질세라 벚꽃이 만개한 모습입니다. 몇 걸음 더 올라가면 광덕 호두나무가 먼저 반겨줍니다. 아직 파릇한 잎도 올라오지 않은 모습이 을씨년스럽지만 거대한 크기는 단연 압도적입니다. 워낙 유명하고 오래된 호두나무여서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이지만 가을에 열매를 맺는 것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안양암
▲보화루와 호두나무
계단을 올라 보화루를 지나면 광덕사 경내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대웅전 앞 마당에 화려한 연등을 펼쳐놓아 고즈넉한 분위기가 화려하게 바뀌었습니다. 그 옆에는 변함없이 삼층석탑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웅전 앞을 지키는 석사자 역시 변함없는 모습입니다. 돌사자상이지만 지금 모습은 동글동글 귀여운 강아지 같습니다.
▲광덕사 대웅전
▲광덕사 삼층석탑
▲광덕사 석사자
▲광덕사 석사자
광덕사에 꽃을 보려면 대웅전과 명부전을 지나 천불전과 산신각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가는 길에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는 곳에 새하얀 목련 꽃잎이 떨어져 물방울을 머금고 있습니다. 그 위로 아직 지지 않은 산수유 노란 꽃이 귀엽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산수유 꽃
산수유 꽃에서 조금 눈을 돌려보면 목련과 벚꽃이 동시에 피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보입니다. 시기가 조금 다른 꽃이 같이 피어있으니 기묘한 기분마저 듭니다. 높은 가지에 매달린 하얀 목련의 짙은 향기가 기가 막힙니다. 또 다른 목련 향기에 이끌려 가다 보니 천불전 앞입니다. 한 바퀴 돌아 내려오는 길, 머리 위로 연한 분홍색의 벚꽃이 천불전 기와에 걸려 멋스러움을 더 해줍니다.
▲산신각 가는길 목련 꽃과 벚꽃
▲천불전 앞 목련 꽃
▲천불전 기와와 잘 어울리는 벚꽃
비 온다는 소리에 한달음에 달려와 광덕사의 봄을 만나고 돌아갑니다. 이맘때 봄꽃을 보러 다니다 보면 훌쩍 시간이 지나 어느새 여름이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에 정신없이 꽃이 피고, 낮에는 땀이 날 정도로 기온이 올라가 피었던 꽃도 금세 시들해지지만 찰나의 순간이어서 더 화려하고 기억에 남는 듯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꽃이 지기 전에 보고 와서 나름 뿌듯한 하루입니다. 코로나19로 매일 정신없지만 자연을 찾아 잠시 여유를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광덕사
충남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광덕사길 3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