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보훈의 달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친 분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가슴에 새기는 달입니다. 의병의 날과 현충일, 6.25전쟁 등이 있는 6월은 1985년부터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남북이 나누어져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6월 호국보훈의 달은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달입니다.
애국충절의 도시 천안은 유관순 열사, 김시민 장군, 이동녕 선생 등 독립운동가를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독립정신을 기리기 위한 독립기념관이 건립되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역사적인 명소입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 중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애국지사도 많지만 일제강점기 강제로 끌려가 해외에서 돌아오지 못한 동포들의 희생 또한 잊을 수 없습니다.
천안 성거읍에는 해외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모시고 있는 국립 망향의 동산이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타고 천안으로 내려오는 길에 가장 먼저 만나는 망향휴게소 맞은편에 위령탑과 함께 국립 망향의 동산이 있습니다. 망향휴게소 이름도 여기에서 따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영혼의 승천을 상징하는 위령탑
망향의 동산은 1976년 국민들의 정성을 모아 준공되었으며, 무궁화, 장미, 모란 3개의 묘역과 망향의 집, 귀정각, 망향 홍보관 등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매년 10월 2일에는 강제 동원돼 희생된 해외동포들의 영령을 추모하는 합동위령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망향의 동산을 돌아보기 전 망향 홍보관에서 해외동포에 대한 자료와 영상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홍보관은 미리 전화 예약을 통해 둘러볼 수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으로 돌아오지 못한 해외동포 자료
▲망향의 동산 홍보 영상
홍보관을 나와 망향의 동산이 새겨진 분수대 앞에 서면 뒤로는 대한항공 여객기 피격 희생자 위령탑을 마주하게 됩니다. 1983년 9월 1일 사할린 상공에서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대한항공 여객기의 희생자 269명의 명복을 비는 추모탑입니다. 그리고 망향의 동산 앞 분수대는 희생자들의 눈물을 상징하고 있다고 합니다. 의미 없이 보았던 것도 영상을 보고 나오니 새로워 보입니다.
▲ 대한항공 여객기 피격 희생자 위령탑
▲어머니의 푸근한 품과 희생자들의 눈물을 상징하는 분수대
분수대 뒤로 3개의 묘역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위령탑 광장 앞은 모두 무궁화 묘역입니다. 묘비마다 무궁화를 꽂아두고, 태극기를 달아 영면해 있는 동포들의 영령을 기리고 있습니다. 무궁화 묘역 묘비를 사선으로 세워 두어 멀리에서도 이름이 잘 보이도록 해놓았습니다.
▲무궁화 묘역
▲위령탑 앞 광장 무궁화 묘역
무궁화 묘역을 지나면 위령탑으로 가기 전에 귀정각과 유족대기실(망향 카페)이 있습니다. 귀정각은 유족들의 종교에 따라 제례를 지낼 수 있게 해놓은 곳입니다. 또, 유족대기실은 카페와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설치해 놓고 있습니다.
▲종교에 따라 제례를 지낼 수 있는 귀정각
▲유족대기실 망향 카페
계단을 올라 위령탑으로 가려면 검은색 돌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이 돌길은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 현해탄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죽어서나마 조국의 땅에 묻힌 해외동포들의 영혼이 승천하는 것을 상징하는 비천상이 중앙에 세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왼쪽에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망향의 여인상과 오른쪽에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애국상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현해탄을 건너 조국의 땅에 묻힌 해외동포를 기리는 위령탑
▲망향의 여인상
▲애국상
위령탑에 새겨놓은 이은상 시인의 헌시를 읽으며, 잠시 묵념을 한 후 오른쪽 묘역으로 향했습니다. 가장 안쪽 모란 묘역에는 재일 학도의용군 묘역이 있고, 그 아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재일학도의용군은 일본에 거주하다가 6.25 전쟁 발발 후 자발적으로 UN 군에 참전한 재일 한국인입니다. 642명 중 52명 사망, 82명이 행방 불명자로 처리되었습니다. 생존자 265명은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발효 직전 일본으로 돌아갔으나 이후 일본이 재입국을 거부해 242명은 가족과 떨어져서 살아가야 했습니다.
▲모란 묘역에 자리한 재일 학도의용군 묘역
그 아래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18년에 조성된 안식의 집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단했던 삶을 위로하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추모비 중 승화의 벽은 총 4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승화의 벽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애를 4단계로 표현해 놓고 있습니다. 마지막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가는 모습과 하늘이 대비가 되어 할머니들의 영원한 안식을 빌어봅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추모비
▲승화의 벽
해외동포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등의 유해가 안장된 망향의 동산 중 장미묘역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셔져 있습니다. 위령탑 왼쪽이 장미묘역으로 다른 지역에 안장된 사망 피해자들도 유가족의 의사를 물어 이곳에 모셨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고 김복동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만 14세의 나이로 간호사로 위장되어 노동을 착취당하다가 위안부로 끌려가 험난한 고초를 겪으시고, 1947년 귀국을 한 후 25년을 넘게 위안부 피해와 여성 인권문제를 알리는 인권 운동가로 활동을 하셨습니다. 2019년 1월 28일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어 별세하셨습니다. 아픈 기억이었을 텐데 숨기지 않고 용기 있게 증언을 해주신 고 김복동 할머니 외 위안부 피해자분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장미묘역에 자리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묘역
▲인권 운동가 고 김복동 할머니 묘
▲평화의 소녀상
국립 망향의 동산은 1988년 12월 31일 이전부터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 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사할린 영주 귀국자를 대상으로 안장하는 곳입니다. 이곳을 돌아보면서 6월의 초여름 날씨만큼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습니다. 지금도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우리도 전쟁의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천안에 여행을 오게 되면 망향의 동산에 들러 국권 상실의 아픔과 교훈을 느껴보고 가시기 바랍니다.
▲동포애가 살아 숨 쉬는 곳 국립 망향의 동산
망향의 동산을 둘러본 후 북천안 IC 방면으로 우회전을 해서 고속도로에 진입한 후 북천안 톨게이트를 나가 대전 방면으로 나가면 망향휴게소가 나옵니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천안의 전통문화유산을 시각화 한 화장실뿐만 아니라 열린 미술관 때문입니다. 2018년 산책로를 따라 공모전에 당선된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망향휴게소 산책로 열린 미술관
이곳은 망향의 동산을 마주 보고 있는 지리적 특성과 의미를 담아 '망향-향기를 그리다'를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과거의 아픔을 승화시켜 희망찬 미래를 위해 표현된 작품들을 보며 치유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늘에 앉아 작품을 감상하며 점심을 먹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곳의 의미를 생각하니 그 풍경이 더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임여송 작가의 '그리움을 새기다'였습니다. 타국의 삶에서 고향의 그리움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정신과 뜻을 잊지 않고자 다짐하는 모습을 훈민정음을 적어내려가는 붓으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임여송 작가의 '그리움을 새기다'
▲평화로운 사람들의 모습
산책로 끝에 전망대로 올라가면 맞은편에 있는 망향의 동산을 볼 수 있는 망원경이 있는데, 이날은 날씨가 좋아 육안으로도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제가 점심을 먹고 바로 출구로 나와 산책로부터 들렸었는데, 열린 미술관 약도부터 작품 이름까지 상세하게 적혀있습니다.
▲망향 휴게소 전망대
▲좋은 날씨에 육안으로 확인되는 망향의 동산
더운 날씨에 점심까지 먹고 바로 차를 타면 졸리기 쉬운데, 망향 열린 미술관에서 작품과 함께 산책하면서 쉬었다 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돌아갈 때는 천안 호두과자 간식으로 사는 거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망향 열린 미술관 안내도
▲간식으로 좋은 천안 호두과자
▲고속도로 휴게소 10대 사진 명소 1위 '망향휴게소'
여행지를 세세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역사를 알고 가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완화로 여행을 많이 하는 요즘 아이들과 역사를 되돌아보는 여행 계획을 짜보는 건 어떨까요. 천안에 오자마자 만날 수 있는 망향의 동산과 먹거리와 볼거리 풍부한 망향 휴게소까지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는 애국충절의 고장 천안으로 놀러 오시기 바랍니다.
망향의 동산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망향로 372-8 망향의동산
041-557-7001
망향휴게소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돌다리길 23-37
041-557-4000 |
